아버지 생신이 항상 구정연휴와 겹치기 때문에 따로 챙겨드리기 어렵다. 아무래도 차례준비나 저녁에 식구들이 모이기 때문에 따로 가족끼리 저녁을 먹는다거나 하는게 사실 쉽지가 않다. 물론 전주에 미리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도 일정이 다 맞아야 가능하지, 진짜 겪어보지 않으면 이 어려움을 모른다.
하여 이번 아버지 - 달여사에게는 시아버지인 - 생신은 달여사가 직접 요리를 해서 양가 부모님을 전부 초대하려고 했는데 아버지의 사정(?)에 의해 취소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포기할 달여사가 아니지... 강한 의지로 음식을 해서 광주로 배달하기로 하였다.
완성된 배달 도시락의 모습.... 표고새우찜과 감자/호박 샐러드, 그리고 불고기까지 전부 달여사가 준비했다. 미역국은 시간관계상 내가 준비했는데 원래 제대로 준비해서 양가 부모님을 모실 예정이었지만 배달시간때문에 많이 간소화되었다.
본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아침 일찍 부터 준비한 달여사에게 respect~!
지금부터 찬찬히 메뉴를 살펴보자
첫번째는 표고 새우찜이다. 자루를 떼어내고 새우를 잘게 다져 완자처럼 쪄내면 완성! 어디서 봤는지 달여사가 자신감 있게 도전한 메뉴였는데 난 워낙 새우덕후다 보니 맛있었다. 사진에 잘 안나왔는데 간장양념소스까지 뿌려먹으니 표고버섯 특유의 식감과 새우향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새우와 버섯의 분리를 위해 전분가루까지 섞었는데 나중에 장모님께 들은 바로는 밀가루로 해도 된다고 하셨다.
아무튼 처음 도전한 메뉴치고는 색이나 맛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로 보면 진짜 고급져보인다
두번째 메뉴인 단호박과 감자 샐러드! 만드는 방법이야 간단하지만 이게 잔손이 은근 많이 간다.
단호박은 전자레인지에 데운뒤 조각조작 잘라서 다시 우유와 함께 끓인다. 어느정도 익었다 싶으면 주걱으로 으깨면서 걸쭉하게 만들어주면 되는데, 우유양을 잘못 조절하면 스프가 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좀 죽같았는데 달여사의 계산(?)대로 식으니 샐러드가 되었다. 약간의 감자와 견과류까지 넣어주면 완성
감자는 삶은뒤 으깨면서 마요네즈와 기타 부재료 - 이날은 통조림콘과 삶은 계란을 사용했다. - 를 넣어주면 끝! 지금보니 약간의 파슬리까지 곁들여 색까지 맞췄네.. 새삼 달여사의 디테일에 놀랐다. 난 치즈나 케찹등 이것저것 많이 넣는 스타일인데, 달여사의 스타일대로 하니 훨씬 담백한게 진짜 감자샐러드 같았다.
그리고 주 메뉴인 불고기.. 전날 만들어진 양념장을 사자고 했으나 직접 하겠다는 달여사가 좀 걱정되긴 했는데 이날 나온 결과물은 내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간장+배+양파+a 조합으로 진짜 불고기 양념맛을 만들어 냈다. 시험삼아 약간 구워봤는데 진짜 불고기집에서 먹는 것 같은 맛이 났다. 물론 기본적인 고기도 좋았지만, 있는 재료 가지고 양념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큰소릴 칠만 하다. 인정할수 밖에 없다
바로 구워 먹어야 맛있기 때문에 집에서 구워드실 수 있도록 양념에 잰 고기와 야채는 따로 따로 준비했다.
마지막 미역국이야 뭐 시간 관계상 내가 준비하긴 했는데 이번 미역국도 나쁘지 않게 되었다. 국이나 찌개류는 무조건 오래 끓이면 맛나기 때문에 사실 특별한 비결같은건 없다.
광주 배달은 아버지의 바쁜(?) 일정때문에 도시락만 드리고 바로 올라왔는데 며느리의 정성을 아버지도 느끼셨으리라 생각된다.
새삼 진화하는(포켓몬? 디지몬?) 달여사의 솜씨... 이젠 조금 무섭기까지 하다.
시아버지 생신 준비하느랴 고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