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영화, TV2009. 3. 1. 15:03

걱정이 많이 앞서는 공연이었다. 지난번에 본 혜화동 1번지는 완전 졸려서 중간에 깜빡 졸기도 했었는데 - 나중에 알고보니 아주 심오한 뜻이 있었다는데 솔직히 관객의 입장에서 거기까지 생가해야 한다는건 좀... 아무튼 이번 혜화동 1번지도 걱정을 했지만 3시간의 공연시간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를정도로 재미있었다.

전체적인 내용 전개는 마치 양귀자씨의 원미동 사람들처럼 한 마을을 중심에 두고, 여러 단편적인 얘기가 펼쳐지는 형식이었는데 지루하지 않고, 가볍고 무거운 내용들을 적절하게 잘 배치한 것 같았다. 배우들의 호흡도 잘 맞고,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연극이었다. 몇가지 아쉬운점이 보이기는 했지만(배우들의 어수선한 동선이라던가 하는등의) 소극장 공연치고는 무리없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우리네 소시민의 모습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낸 점은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이제는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의 눈에 맞추어 내용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대부분의 연극이나 뮤지컬이 아직도 60~70년대의 한국인의 삶과 애환을 그리는 작품들이 많은데, 이제는 그러한 주제에 공감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머리로 알고있는 얘기를 지금의 2-30대에게 한다면 과연 얼마나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지는 미지수다. 현실에 저항하고 지성인의 모습을 가지는것도 좋지만 이제는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실험적인 작품들이 나오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은 '다양성'이라는 부분에서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Posted by 깡자